곽재구  

다시 그리움은 일어

봄바람이 새 꽃가지를 흔들 것이다.

흙바람이 일어 가슴의 큰 슬픔도

꽃잎처럼 바람에 묻힐 것이다.

진달래 꽃편지 무더기 써갈긴 산언덕 너머

잊혀진 누군가의 돌무덤가에도

이슬 맺힌 들메꽃 한 송이 피어날 것이다.

웃통을 드러낸 아낙들이 강물에 머리를 감고

오월이면 머리에 꽂을 한 송이의

창포꽃을 생각할 것이다.

강물 새에 섧게 드러난 징검다리를 밟고

언젠가 돌아온다던 임 생각이 깊어질 것이다.

보리꽃이 만발하고

마실가는 가시내들의 젖가슴이 부풀어

이 땅 위에 그리움의 단내가 물결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곁을 떠나가주렴 절망이여

징검다리 선들선들 밟고 오는 봄바람 속에

오늘은 잊혀진 봄 슬픔 되살아난다.

바지게 가득 떨어진 꽃잎 지고

쉬엄쉬엄 돌무덤을 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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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의 시를 읽으면 머리속에서 김민기의 노래가 저절로 들려온다. 엄혹했던 80년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사평역에서’ 가 당선되어 겨울공화국 도망자의 모습을 그려냈던 그에게 봄은 절망이 떠나가주기 바라는 계절이다. 무덤도 푸른 계절이 무색한, 돌무덤을 넘는 것이 봄인지, 시인인지 아니면 그 시대를 거쳐온 우리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