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해부학

 

봄의 해부학

박유라

냉동고에서 민대구 살을 꺼내다

방에는 두꺼운 페이지가 찢긴 누운

창살 너머 뿌옇게 차오르는 아침

동쪽 난간에 얹어둔 유리병이 박살나다

예보도 없이 가루가루 떨어지는

파랗게 불거진 손목 혈관 위로

번뜩이는 면도날처럼 봄빛이 내리다

깊은 바다속

한류와 난류의 부딪침 그리고

아지랑이

죽음처럼 날카롭게

냉동고와 사이에 푸른 금을 긋고

생살을 저미다

            시인은 죽음을 생각하며 겨울을 지나왔고 봄의 문턱에서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민대구 살을 꺼내 칼질을 하는 것이 시인의 생살을 저민다는 암시를 주고있다. 해부까지 것도 없이 한류와 난류가 부딪히는 깊은 바닷속 같은 시인의 속사정으로 봄에 아픈 낳았나보다. 박유라 시인은 1987시문단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야간병동’ ‘푸른책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