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박종영
오늘같이 지평으로 낮게
사록사록 눈발 힘없이 떨어지면
예서 봄이 머무는 곳 가까운지라,
저절로 기쁨의 날이 바삐와
마음의 눈에 쌓인
겨울먼지 털어내며 하늘에 소리친다
지키고 다독이던 눈물의 강이 스르럭
밤으로 밀려와
역사는 사실로 씌어진 거짓말이라 하고
아니면 진실의 말을 지어내는 사실의
거짓이라고 출렁인다
그 소리 모두 어리둥절하여
생각을 고쳐 잡을 때,
헛웃음 멀리 퍼져가고
혼자 마음 잃고
길모퉁이 적막으로 서성거리다니,
나, 이래서 바람소리 나누어 갖지 못하는
모래밭 길 눈물이구나.
사계절 뚜렷한 한국에 살 때는 몰랐다. 왜 봄이 잔인하다고 투덜대는 시를 쓰는 지, 올듯 올듯 제대로 약올리는 봄의 가운데서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보는시인의 마음이 시간의 어디쯤에서 절망하는 걸까.
박종영 시인은 문예사조 신인상 수상, 한국시사랑 문인협회 회원, 시사랑 동인이라고 나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