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신동엽
봄은
남해에서 북녘에서도
오지 않는다.
너그럽고
빛나는
봄의 그 눈짓은,
제주에서 두만까지
우리가 디딘
아름다운 논밭에서 움튼다.
겨울은,
바다와 대륙 밖에서
그 매운 눈보라 몰고 왔지만
이제 올
너그러운 봄은, 삼천리 마을마다
우리들 가슴 속에서
움트리라.
움터서,
강산을 덮은 그 미움의 쇠붙이들
눈 녹이듯 흐물흐물
녹여 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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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7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서로간의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판문점 선언을 하였다. 분단 70년, 참으로 긴 세월 동안 많은 피를 흘리고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에 통일의 꿈이 불현듯 다가오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한민족이 하나가 되기를 열망하는 꿈을 안고 간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그 모든 쇠붙이는 가라..’고 했던 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 또한 분단을 끝내고 싶은 시인의 뜨거움이라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