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복현
자목련도 봉오리를 닫고
빈집도 대문 안으로 잠그는 저녁
수요일은 너무 늦어
꽃은 하루 만에도 진다면 서둘러 소식을
타전한다
밤새 구름으로 뭉텅뭉텅 잘려 나간다고
싸악싸악 바람에 흐려졌다
노오란 보자기 처럼 날아간다고, 마침내
아래층 수도꼭지로 똑똑
정 떼고 떨어진다고
그 중 미적미적
어느 꽃잎은 되돌아보며 간다고
같이 있어도 따로따로 잔다고
소식 보낸다
무너진 가슴 하나로도 지고
그렇게도 지고 저렇겓호 지고 또
진다며 화면 속으로 따박따박
걸어가는 봄밤을
타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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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상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이제는 소식도 디지털로 보낸다고 해서 그리움이 그리움을 넘어서서 기호로만 박제되고 말지는 않겠지. 그리하여 인터넷으로 봄의 모습을 카피해서 소식을 전해도 헤어질 사람은 헤어지고 돌아누워 잘 사람은 또 그리하나보다. 손편지가 아니라도 이 시에서 봄은 무너지는 가슴이다. 백복현 시인은 캐나다 한인 문인협회, 미주 중앙일보, 미주 한국일보, 해외동포문학상 등에서 시가 입상하면서 문단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