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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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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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시는 늘 그렇듯이 조미료를 넣지 않고 어머니가 끓여주는 잔치국수의 맛이 난다. 맑고 담백해서 여운이 남는 행간 사이에 독자는 산보하듯 걸어 다녀본다. 한 드라마의 장면에 아픈 한 남자가 걸어가는 영상으로 보여준 시가 음악처럼 계절 위에 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