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는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별하나에 추억과 별하나에 사랑과

별하나에 쓸쓸함과 별하나에 동경과

별하나에 시와 별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람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추석이 지나고 기온이 떨어지는 몬트리올에서 마음을 두고온 고향이 사무칠  때 윤동주 시인도 같은 마음으로 이 시를 썼을까. 시인은 일본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다 1943년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해방을 몇 달 앞둔 1945년 2월에 옥사 당한다. 당한다라고 쓰는 것은 그가 일본의 생체 실험 대상이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수순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시어 사이에서 독자는 그를 생각하며 가을의 느낌이 오히려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