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날
이시환
간밤에 마음과 마음이 통했는가?
아주 가벼웁게 바람의 잔등을 올라타는
저 수수만의 꽃잎들이 추는 군무(群舞)가
마침내 반짝거리는 큰 물결을 이루어가는 것이,
그 모습 눈이 부셔 끝내 바라볼 수 없고
그 자태 어지러워 끝내 서 있을 수도 없는
나는, 한낱 대지 위에 말뚝이 되어 박힌 채
그대 유혹의 불길에 이끌리어 손끝을 뻗어내는 것이,
아주 가볍게 버려서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저 흩날리는 꽃잎들의 날갯짓
그 정령 안에서나 일어나 소용돌이 치는
그대 법열(法悅)의 불길을 와락 끌어안는가, 나는.
이 곳의 벚꽃은 져버린지 오래고 좋은 날씨는 참으로 사람들을 감질나게 만든다. 꽃이 피긴 했는가… 언제였더라… 밥이 되지도 않고 손에 쥘 수 있는 아무것도 될수 없는 꽃은 그 자체만으로 황홀하여 인류의 감성을 흔들어놓기에 수많은 시의 소재가 되어왔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지고 말면 그 뿐인 꽃에 마음을 온통 빼앗기고 꽃에 몰입되어 드디어 법열에 닿은 것인가… 이시환 시인은 ‘동방문학’ 발행인으로 몬트리올을 방문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