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문
분명 의도한 건 아니었다
소년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중이었고,
우연히 다리를 건너고 있었고,
우연히 말라붙은 개천 바닥을 쳐다보았고
우연히 거기 똬리를 튼 뱀을 발견했을 뿐.
하지만,
다리 위에 있던 돌멩이들을 집어든 것과
애꾸눈을 해가며 애써 겨냥한 것과
뱀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도록
있는 힘을 다해 던지고 또 던진 것도
우연이었을까?
그날 밤 꿈속에서 소년은
새끼 뱀이 되어 있었다
엄마가 갓 태어난 자신을 감싸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다리 위에서
갑자기 돌을 던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차가운 피가 자신의 몸을 적시자
뱀띠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었다
이제 중년이 되어버린 아이는
똬리 튼 뱀이 피 흘리는 밤마다
사십 년 전 자신이 던진 돌에 맞는다
돌에 맞아 피 흘리며 중얼거린다
우연이었다고
단지 우연이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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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문득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면 뼈저리게 후회가 되는 일이 몇 가지씩 있을 것이다. 다시 돌려놓을 수도 없이 지나가버린 일들… 시인은 어릴 적 무심코 돌을 던져 죽인 뱀 한 마리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혹시 그 뱀은 배태한 뱀은 아니었을까, 혹시 새끼들의 먹이를 찾아 나선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새끼 뱀이 되어 보기도하고 단지 우연이었다고 변명 해보기도 하는 시인의 마음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시다. 이것을 주관적 보편성이라고 하던가. 노승문 시인은 토론토 문협 회원이고 ‘시 6’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