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풀 – 이기인

밥풀

이기인

 

오늘 밥풀은 수저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풀은 그릇에서 떨어지지 않네

오늘 밥그릇엔 초저녁 별을 빠뜨린 듯

먹어도 먹어도 비워지지 않는 환한 밥풀이 하나 있네

밥을 앞에 놓은 마음이 누룽지처럼 눌러앉네

떨그럭떨그럭 간장종지만한 슬픔이 울고

또 우네

수저에 머물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이 저녁의 어둠

이 저녁의 아픈 모서리에 밥풀이 하나 있네

가슴을 문지르다 문지르다 마른 밥풀이

하나 있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하나 있네

-혹자에게는 이 시가 지지리 궁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 그릇을 밥을 얻기 위해서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일해본 사람이라면 한 그릇을 밥, 하나의 밥풀이 주는 삶의 의미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 지 알고 있다. 세상의 한 구석에서는 아직도 왼종일 일하고 돌아가 마주하는 밥 한 그릇에서 환한 별이 뜨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있다.  저 혼자 울다 웅크린 밥풀이 혼자 되지 않도록 이 시를 자꾸 읽는다. 이기인 시인은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ㅎ 방직공장 소녀들’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