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찬성
면벽한 자세만 철로 남기고
그는 어디 가고 없다
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겠다
한 자세로
녹이 슬었으므로
천 갈래 만 갈래로 흘러내린 생각이
이제, 어디 가닿는 데가 없어도
반짝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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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2014 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이다. ‘반가사유상’이 국보 78호와 83호 가 있고, 원래 이름은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이다. 78호는 화려한 관을 쓰고 있고 표정은 83호보다 더 차분하다. 시인이 어느 반가사유상을 보고 이 시를 썼는지 알 수는 없겠으나 두 사유상 모두 이 시가 표현한 것에 적절하다. 시인도 오래도록 이 동으로 된 사유상을 들여다보며 긴 세월 건너온 문화유산 속으로 걸어들어갔나보다. 심사위원은 황동규, 정호승 이었고 “전체적으로 잘 짜여 있음으로써 힘의 낭비가 없었다. 둘째 연 ‘어떤 것은 자세만으로도/ 생각이므로/ 그는 그 안에 있어도 그만이겠다’ 는 이 시의 백미다. 외면의 형상을 통해 존재의 내면에 대한 구도적 성찰이 돋보인다. <논어> 에 나오는 ‘회사후소’- 본질이 있은 연후에 꾸밈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깊게 생각하게 해주는 시다.” 라고 극찬했다. 요즘 들어 보기 드물게 여백이 있어 마음이 훤해지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