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전기차 산업 진흥 정책 드라이브의 후광을 업은 캐나다에 다국적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가장 최근 발표된 사례로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온타리오에 짓기로 한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투자가 꼽힌다.
폭스바겐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약 193㎞ 떨어진 온타리오의 부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 시설은 유럽 밖에 건설되는 폭스바겐의 첫 배터리 공장이자 캐나다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에 앞서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화학기업인 바스프, 광산 회사인 발레와 리오틴토, 타이어 업체인 미쉐린 등도 캐나다에 대한 전기차·배터리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공표된 전기차 프로젝트 관련 투자만 110억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WSJ은 집계했다.
경제 규모가 12배인 미국의 전기차 관련 투자 유치액은 같은 해 389억달러(50조1천억원)였던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한국 업체들도 캐나다 투자 행렬에 들어있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넥스트스타의 배터리 공장이 온타리오에 지어지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이 공장의 투자 규모가 41억달러로, 2024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면 2천500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케미칼(현 포스코퓨처엠)과 GM이 합작한 얼티엄캠은 배터리 제조용 양극재 공장을 퀘벡에 건립하기로 했다고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캐나다는 전기차 분야의 핵심광물 등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 정책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최종 조립을 북미에서 하고 핵심광물 및 배터리 등과 관련한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캐나다 정부도 스스로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내세우고 있다.
물론 미국 정책의 효과가 전부는 아니다.
캐나다는 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광물 자원이 풍부한 데다 수력발전 등에 힘입어 산업용 전기료가 저렴하며 온실가스 방출에 대한 기업 부담도 덜 한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온타리오 주변에는 북미에서는 유일한 배터리 제조용 코발트 정제시설이 있다.
캐나다 정부도 정책적으로 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한 넥스트스타의 경우 캐나다 연방 정부와 온타리오 지방 정부로부터 총 7억3천200만달러(약 9천473억원)의 지원을 받았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장기간 하락세를 보여온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이 최근 투자 유치를 발판 삼아 과거 수준으로 되살아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종전 내연기관 자동차 조립에 비해 전기차나 배터리 제조시설의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데다 세금이 투입되는 정부의 지원이 경제 효과를 제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그레이그 모듀 교수는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의 경제 효과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자동차 산업은 높은 인건비 등으로 제조공장이 멕시코 등으로 이전하면서 1999년을 정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WSJ은 당시 캐나다 자동차 산업은 300만대 이상을 생산하면서 17만5천명을 고용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생산 대수는 120만대에 그쳤고 고용인력도 11만명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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