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유 하

 

 

소망교회 앞, 주 찬양하는 뽀얀 아이들의 행렬, 촛불을

들고 억센 바람 속을 걸어간다 태초에

불이 있나니라, 이후의 —–

 

칠흙의 두메 산골을 걸어가다 발견한,

그 희미한 흔들림만으로도

반갑던 먼 곳의 등잔불이여

 

불빛을 발견한 오징어의 눈깔처럼

눈에 거품을 물고 돌진 돌진

 

불 같은 소망이 이 백야성을

만들었구나, 부릅뜬 눈의 식욕, 보기만 해도 눈에

군침이 괴는, 저 불의 부페 色의 盛饌을 보라

그저 불밝히기 위해 심지 돋우던 시절은 지났다

 

매서운 한강 똥바람 속,

촛불의 아이들은 너무도 당당해 보인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수정 샹들리에이므로

風前燈火, 불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이젠 바람도 불과 함께 놀아난다

휘황찬란 늘어진 샹들리에 주위에 붙은 똥파리

 

불의 소망 근처에서

불의 구린내를 빠는 똥파리의

윙윙 날개 바람

 

바람 속으로 빽이 든든한

촛불들이 기쁘다 구주 기쁘다

걸어간다, 보무도 당당히, 오징어의 시커먼 눈들이

신바람으로 몰려가는, 불의 부페 파티장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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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는 시각적 효과를 시에 도입해서 성공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보들레르의 ‘악의 꽃’을 닮아있다. 19세기 화려하고 아름다워서 그걸 즐기려면 지갑을 열수밖에 없던 도시 파리처럼 유하의 압구정동은자본의 위력이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는 지를 보여준다. 쇼윈도우 불빛에 현혹되는 것이 집어등을 보고 달려드는 오징어처럼… 현재 21세기,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인간은 돈이 신이 되고 종교가되고 사랑으로 치환되는 덫에서 우리는 자유로운가? 유하 시인이 영화감독이 되어 이 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