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캐나다산 주류와 일부 유제품, 대형 오토바이 등의 수입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갈등이 단순한 관세전쟁을 넘어 수입 제한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8일 캐나다의 대미 보복관세에 대응해 일부 캐나다산 제품의 미국 수입을 금지하는 새로운 무역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수입금지는 오는 9월 29일부터 시행된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수입금지 대상에는 대부분의 캐나다산 주류와 일부 유제품 및 관련 제품, 대형 오토바이 등이 포함됐다.
주류의 경우 맥주와 와인, 위스키, 럼, 보드카, 브랜디 등 광범위한 제품이 대상에 포함되며, 유제품 관련 품목 가운데서는 유청 단백질(whey protein) 등이 영향을 받는다.
오토바이의 경우 배기량 800cc를 초과하는 일부 캐나다산 제품이 수입금지 대상에 포함돼 퀘벡에 본사를 둔 BRP의 Can-Am 제품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추가 관세와 달리 해당 제품의 미국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다는 점이다.
관세는 제품 가격을 높이지만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 수출을 계속할 수 있는 반면 수입금지는 해당 제품을 미국시장에 판매하는 것 자체가 제한된다.
미국 정부는 또 일부 캐나다산 치즈와 종이, 알루미늄, 목재, 가구, 조명제품 등을 50% 추가 관세 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반대로 기존 대상 가운데 암염과 시멘트 등 일부 품목은 제외하기로 했다. 품목별 관세 대상 변경은 9월 15일부터 적용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캐나다의 새로운 보복관세가 8일 발효된 직후 발표됐다.
캐나다는 앞서 미국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 대응해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15∼50%의 보복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캐나다의 보복관세 대상에는 철강과 가구, 의류, 전자제품, 농업 관련 장비 등 다양한 미국산 제품이 포함됐다.
미국은 캐나다가 미국산 주류와 유제품, 자동차 등에 대해 차별적인 무역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의 근거로 1930년 관세법(Tariff Act of 1930) 제338조를 적용했다.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캐나다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물러난 뒤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까지 부과했다며 이번 조치가 캐나다의 무역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 측의 무역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미국 시장에 대한 지나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캐나다 국내시장과 다른 국가와의 무역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8일 공개한 메시지에서 캐나다가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경제구조 전환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 데 따른 비용보다는 작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미국은 지난달까지 새로운 무역합의를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자동차 관세와 캐나다산 부품 인정 방식, 캐나다의 제3국 무역협정 체결 권한, 프랑스어와 문화 보호정책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이 일부 캐나다산 상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가 이에 맞서 보복관세를 시행하면서 양국의 무역갈등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공공조달 분야에서도 캐나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정부의 대규모 조달계약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제외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도록 연방총무청(GSA)에 지시했다.
또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부터 50%로 인상할 수 있다는 기존 위협도 유지하고 있어 무역갈등이 자동차산업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번 조치는 퀘벡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퀘벡은 주류와 유제품뿐 아니라 항공우주, 알루미늄, 목재 및 다양한 제조업에서 미국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대형 오토바이와 레저용 차량을 생산하는 퀘벡 기업 BRP는 미국의 새로운 수입제한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는 수십 년 동안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공급망을 통합해온 만큼 양국이 관세와 수입금지를 반복적으로 확대할 경우 기업의 생산비용과 투자, 고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 간 대화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그리어 대표와 캐나다의 대미 무역 담당 도미닉 르블랑(Dominic LeBlanc) 장관이 최근 접촉했으며 양측은 추가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조치로 영향을 받는 근로자와 농민, 기업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관세 부과와 보복관세에 이어 특정 상품의 수입금지까지 등장하면서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갈등이 앞으로 추가적인 보복조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