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파랑의 편지

물속 파랑의 편지

이병일

여기 수달의 편지가 와 있다.

그러니까 젖은 버들강아지 냄새와 지느러미를

감추고 비린내를 풍기는 편지가 와 있다.

물의 봉투를 찢고 나는 물갈퀴 지문이 다

지워진 물속 편지 속으로 들어간다 모래부리

옆구리에 박힌 무지개빛 때문에 편지의

활자들이 가장 아름다워진다

귀퉁이 잘린 편지, 산천어의 푸른 비명을 찢는

수맥들이 문장들을 가다가닥 풀어놓는데,

어제 죽은 조약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짝이며

수평선 젖을 빠는 소리가 들린다 지느러미 달린

치어들이 물의 페이지를 천천히 넘겨갈수록

꽃잎 아가미를 낚아챈 미늘도 보인다

나를 앞질러 뛰어가는 것들은 노을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땅거미, 그러나 나의 한쪽 눈은

영원히 물속 세상을 볼 수 없지만,

한쪽 눈으로 명멸과 경멸로 수군대는 파로호의

적을 응시한다 그때마다 나는 목에 물결무늬를

걸어놓고 그림자와 똑 같은 영법으로 사는 것이

화목하다고 믿었다

물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질투하듯

사랑하기로, 그때마다 대책 없이 흘러나오는

평화에 대한 믿음이 나를 치장했다 여직 발각

되지 않는 나는, 공기방울 소리를 주워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내 몸에 스며들다 튕겨나가는

수초들도 있다, 오늘도 파로호 가장자리는

스멀스멀 말라가는데, 젖은 눈의 수달은

물속 파랑의 편지를 읽는다


파로호에서 수달이 보낸 물의 편지를 읽는다. 자연이 보내는 편지는 이 시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해서 대책 없이 평화를 기원하게 한다. 옆 길로 새면, 다가올 선거에 Green Party (녹생당)에 표를 주어야 할것처럼 만든다.

이병일 시인은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 개의 빛을 가진》 등이 있다.

이병일

여기 수달의 편지가 와 있다.

그러니까 젖은 버들강아지 냄새와 지느러미를

감추고 비린내를 풍기는 편지가 와 있다.

물의 봉투를 찢고 나는 물갈퀴 지문이 다

지워진 물속 편지 속으로 들어간다 모래부리

옆구리에 박힌 무지개빛 때문에 편지의

활자들이 가장 아름다워진다

귀퉁이 잘린 편지, 산천어의 푸른 비명을 찢는

수맥들이 문장들을 가다가닥 풀어놓는데,

어제 죽은 조약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짝이며

수평선 젖을 빠는 소리가 들린다 지느러미 달린

치어들이 물의 페이지를 천천히 넘겨갈수록

꽃잎 아가미를 낚아챈 미늘도 보인다

나를 앞질러 뛰어가는 것들은 노을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땅거미, 그러나 나의 한쪽 눈은

영원히 물속 세상을 볼 수 없지만,

한쪽 눈으로 명멸과 경멸로 수군대는 파로호의

적을 응시한다 그때마다 나는 목에 물결무늬를

걸어놓고 그림자와 똑 같은 영법으로 사는 것이

화목하다고 믿었다

물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질투하듯

사랑하기로, 그때마다 대책 없이 흘러나오는

평화에 대한 믿음이 나를 치장했다 여직 발각

되지 않는 나는, 공기방울 소리를 주워 모으는

것을 좋아했다 내 몸에 스며들다 튕겨나가는

수초들도 있다, 오늘도 파로호 가장자리는

스멀스멀 말라가는데, 젖은 눈의 수달은

물속 파랑의 편지를 읽는다


파로호에서 수달이 보낸 물의 편지를 읽는다. 자연이 보내는 편지는 이 시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소중해서 대책 없이 평화를 기원하게 한다. 옆 길로 새면, 다가올 선거에 Green Party (녹생당)에 표를 주어야 할것처럼 만든다.

이병일 시인은 2007년 문학수첩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 《옆구리의 발견》 《아흔아홉 개의 빛을 가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