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군,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물이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
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핥는 소리, 핥아대
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
고기들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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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으로 떨어지던 무수히 많은 원자가 미세하게 각도를 꺽는 것을 ‘클리나멘’ 이라고 한다. 클리나멘이 생기면 원자는 다른 원자와 만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어 세계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가 오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이렇게 물이 부딪히는 것과 사람이 만나고 섞이는 것도 클리나멘의 현상이고 또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모습이고 젊은 시절 ‘우리가 물이되어 만나다면’을 쓴 강은교 시인이 아직도 물을 놓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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