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직면한 캐나다가 9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캐나다 집권당인 자유당은 당원 14만명의 무기명 투표로 새 대표를 선출해 이날 저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의회의 다수당 연합을 이루고 있는 자유당 대표로 선출되면 캐나다의 신임 총리가 된다.
당 대표 선거는 마크 카니 전 캐나다중앙은행 총재,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 카리나 굴드 전 하원 의장, 전 하원의원 프랭크 베일리스의 4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위협받던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가 지난 1월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자유당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전을 시작했다.
네 명의 주자 중 차기 자유당 대표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마크 카니(59)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출신인 카니는 2008년 2월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그해 9월부터 본격화한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비교적 성공적으로 캐나다 경제를 방어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때의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G20(주요 20개국)의 합의로 설립된 금융안전위원회(FSB) 의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으며, 자유당의 대표적인 ‘경제통’ 정치인으로 꼽힌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외국인이 맡은 것은 처음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 등 무역 전쟁에 자신이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내세워 온 그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꾸준히 선두를 지켜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약 한 달간 상당 부분 면제하기로 결정한 직후 다시 ‘보복성’ 상호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성 비난도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새 집권당 대표 선출로 신임 총리가 나와도 캐나다는 곧장 조기총선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자유당이 조기 총선을 선언하든, 야권 연합이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든 모두 총선을 새로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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