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
나는 이별의 말을 한움큼, 한움큼, 호흡한다
먼 곳이 생겨난다
나를 조금 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
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
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 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
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
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
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
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
먼 곳은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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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이별을 이렇게 사방에 문질러두면 독자는 이 시를 읽다가 단언 하나 그 다음 먼 곳을 쳐다보고, 행간 한 줄 또 그 다음 먼 곳을 바라보다 눈길은 어디 또 먼 곳 그리움이 얼룩져있는 기억을 더듬게 된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을 이렇게도 표현하는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서 더욱 기가막히게 그리하여 먼 곳은 더욱 닿을 수 없게…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 중앙으로 세상에 나왔고 시집으로 ‘가재미’, ‘먼 곳’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