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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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을 가진 것이 개조개 뿐일까. 세상 살면서 옷을 입어도 구두를 신어도 허기진 맨발인것 같은 하루 하루가 먼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슬픔을 견디기 위해 맨발을 가슴에 묻는다고 시인은 썼다. 꿈틀-하고 생의 한 부분이 어둠 속에서 개조개 같은 혀를 깨문다.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서 2004~2004년 가장 좋은 시인에 이름을 올린 문태준 시인의 시집 ‘가재미’ 와 ‘먼 길’ 두권의 시집을 필자는 소중히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