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걷기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 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

80년대 목소리가 큰 시들의 버거움에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서성이는 장석남의 시들은 따뜻하다. 그의 시는 끝끝내 판단을 유보하고 늘 열려있다.  시인이 맨발로 걸을 때 생각은 바다에 다가간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동안 봄이 다가왔다. 그 생각이 비록 아무 생각이 아니라고 우긴다 하더라도.

장석남 시인은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했고, 시집으로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