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실
사타구니께가 간지럽다
죽은 형제 옆에서
풀피리처럼 울던 아기 고양이
잠결에 밑을 파고든다
그토록 곁을 주지 않더니
콧망울 바싹 붙이고
허벅지 안쪽을 깨문다
나는 아픈 것을 참아본다
익숙한 것이 아닌 줄을 알았는지
두리번거리다
어둠 쪽을 바라본다
잠이 들어서도
입술을 달싹인다
자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들의 꿈은 쓴가
더듬는 것들의 갈증 때문에
벽을 흐르는 물소리
그림자 밖에서 꼬르륵거리고
우리는 타인이라는 빈 곳을 더듬다가
지문이 다 닳는다
너무나 남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그 얽히고 설킨 관계가 지긋지긋해서 좀 넓은 땅으로 도망가고 싶었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세상은 결혼도, 아이도 거부하고 외로움의 틈새에 애완동물이 자리잡고 있다. 한집에 둘은 너무 많고, 하나는 너무 적을 때 일어나는 현상인가…. 살아 숨쉬는 따뜻하고 보드랍고 아주 단순한 생명체에 한번 낚이면 벗어날 길이 없어진다. 끝 구절, 타인이라는 빈 곳을 더듬다가 지문이 다 닳는다는 마무리는 어찌 이리도 쓸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