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날씨

 

당신의 날씨

김근

돌아누운 뒤통수 점점 커다래지는 그늘 그 그늘 안으로

손을 뻗다 뻗다 닿을 수는 전혀 없어 나 또한 돌아누운 적 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출 수 없어 나 또한 그만 눈 감은 적 있다

멀리 세월을 에돌아 어디서 차고 매운 바람 냄새 훅 끼쳐올 때

낡은 거울의 먼지 얼룩쯤에서 울고 있다고 당신의 기별은 오고

갑작스러운 추위의 무늬를 헤아려 되비추는 일마저 흐려진 아침

하얗게 서리 앉은 풀들의 피부에 대해서 안부를 묻는 일도

간밤 산을 내려와 닭 한 마리 못 물고 간 족제비의 허리

그 쓸쓸히 휘었다 펴지는 시간의 굴곡에 대해서 그리워하는 일도

한 가지로, 선득한 빈방의 윗목 같을 때, 매양 그러기만 할 때,

눈은 내려 푹푹 쌓이고 쌓이다 쌓이다 나도 당신의 기별도 마침내

하얘지고 그만 지치고 지치다 지치다 봄은 또 어질어질 어질머리로

들판의 주름으로 와서 그 주름들 사이로 꽃은 또 가뭇없이 져 내리고 꽃처럼도

나비처럼도 아니게 아니게만 기어이 살아서 나 또한 뒤통수 그늘 키우며

눈도 못 뜰 세월 당신은 또 무슨 탁한 거울 속에서나 바람 부는가 늙고 늙는가

문득 그렇게 문득문득만 묻고 물은 적 있다 있고 있고 있고만 있다

 

앞으로도 아니고, 그대에게 안부를 전하는데 시인은 왜 돌아누운 채 전하는가.  그것은 부끄러움인가 아니면 자신 없슴인가… 시인은 지금 꿈을 꾸는가 아니면 메트릭스 놀이를 하고 있는가. 눈이 정말 내리는 지, 꽃이 정말 피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잭슨 폴락의 선과 색처럼 그 두가지를 마구 섞어 뿌려도 싸우자고 할 독자는 없다. 다만 시어에 배어나오는 슬픔을 감지할 뿐이다. 오늘의 날씨가 바람이 부는지 서리가 내리는지 그냥 쓸쓸하게 휙 지나가는지… 그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을 뿐, 그것이 거울 속 스스로의 모습일지라도.

김근 시인은 1998년 ‘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고, 시집으로 ‘뱀소년의 외출’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