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당분간

최승자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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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이 찰나인지 억겁인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시에서 주는 ‘당분간’이란 단어가 주는 길이가 어쩐지 자꾸 숨가쁘게 여겨진다. 영화 ‘멜랑콜리아’에서 지구에 다가오는 유성의 존재와 지구 사이의 거리가 ‘죽음의 거리’인 것처럼 이 ‘당분간’은 얼마 동안이나 유지될 것인가… 에 미치면 개개인이 소유한 현재의 시간의 무게도 그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최승자 시인은 1979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해서 시집으로 ‘이 시대의 사랑’, ‘기억의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