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자두가 열렸다
자두나무니까
자두와 자두나무
사이에는 가느다란 꼭지가 있다
가장 연약하게
처음부터 가는 금을
그어놓고
두 개의 세계는 분리를 기다린다
이것이 최고의 완성이라는 듯이
난 말이지
정신적인 사랑, 이런 말 안 믿어
다행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
카페 루이제에서 자두나무가 있는 정원까지 오는 동안
혼자 흐릿하게 떨리는 게 순수한 사랑이라고
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시시각각 자두가 붉어지고 멀어지고
노을 때문에 가슴이 아픈 거다
최고의 선은 각자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
그러나 가끔 이상하게
멈춘 채 돌아보게 된다
자두나무는 자두를 열심히 사랑하여 익히고 떨어뜨리고
나는 사랑을 붉히고 보내야 한다
사람이니까
그리고 망설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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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은 혼자 사랑한다는 무게를 자두가 떨어질 때의 무게로 가늠하고 있나 보다. 나무와 열매를 이어주는 간절한 꼭지, 너무 허약한 고리. 인간과 인간 사이의 매듭처럼 허약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이 간곡하다.
김이듬 시인은 ‘포에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별 모양의 얼룩’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