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눈이 내린다

두런두런 한숨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뺨 부비며

눈이 내린다

별별 근심스런 얼굴로

밤새 잠 못 이룬 사람들

사람들 걱정 속으로

눈이 내린다

참새떼 울바자에 내려와 앉는 아침

아침 공복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뽀드득뽀드득

어금니를 깨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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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첫 연을 보면 희고 따뜻한 풍경으로 시작하지만 한 칸씩 따라 내려가다 보면 결핍을 배경으로두고 결국은 비장하게 끝난다. 하기야 눈 내리는 풍경을 담은 영화 ‘러브 스토리’ 도 병으로 인한 이별을담았으니 눈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세상이 아름답기만 할까.  혹시 나의 지붕을 덮고 있는 저 눈이 누군가를 시리게 하지 않을까… 이 겨울.

이은봉 시인은 1984년 창작과 비평사의 17인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 에 ‘좋은 세상’ 등을 발표하며 세상에 나왔다. 시집으로 ‘첫눈 아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