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지도

 

오는 지도

윤동주

순이(順伊) 떠난다는 아침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안에까지 눈이 내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홀홀이 가는 것이냐. 떠나기 전에 일러둘 말이 있던 것을 편지를 써서도 네가 가는 곳을 몰라 어느 거리, 어느 마을, 어느 지붕 , 너는 마음 속에만 남아 있는 것이냐. 쪼그만 발자욱을 눈이 자꾸 내려 덮어 따라갈 수도 없다. 눈이 녹으면 남은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피리니 사이로 발자욱을 찾아 나서면 일년 열두달 하냥 마음에는 눈이 내리리라.

  

   쪼그만 발자욱을 남고 떠난 순이는 윤동주가 사랑한 조국이었을까? 시인은 이별 이후의 희망으로 눈이 녹으면 발자욱 자리마다 꽃이 핀다고 했다 발자욱을 찾아나서면 마음속에 눈이 내린다고 했다. 눈과 꽃의 충돌이 빚어내는 시어의 아름다움속에 몬트리올 독자들의 마음 또한 창밖에 흩뿌리는 눈에 닿는다.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썼다는 시는 1948 정음사에서 유작 30편을 모아 간행한 시집하늘과 바람과 별과 수록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