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이 홀로 밤을 맞고 있다
저런 눈사람으로 골목에 나앉아 있어 본 적 있는가
세상의 집이란 집은
모두 제 가족을 끌어안고
도무지 모르는 빛으로 동그랗게 불 밝히고
내겐 더 이상 젖은 몸을 누일 집이 없고
더운 숨을 섞을 가족이 없고
이 골목과
이 밤과
이 둥그스름한 슬픔만 남아
골똘히 들여다 본적이 있는가
봐도봐도 희디흰 몸속 같은 세상
흰 생쥐들이 한 마리 두 마리
몸속에서 기어 나와
나머지 몸들에게 말을 거는
이 순간을
이 슬픔을
미천이라고 해야 하나
고결이라고 해야 하나
눈발 하나하나가
더운 살로 덮이는
이 순간을
성숙이라고 해야 하나
장엄이라고 해야 하나
시인은 분명 어느 골목길을 서성대고 있었나보다. 그리고는 만나 눈사람을 자기 세포속으로 끌어넣어버렸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았던 그 순간과 홀로 버려진 지금의 간극 사이에 소외된 감성이 눈발로 내린다. 그냥 고결이고 그냥 장엄이라고 부르자. 그 눈사람을 그리고 나와 나의 이웃을. 문성해 시인은1998년 대구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시집으로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