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강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 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휴가를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아바타’를 보았다. 참 잘 만든 영화였고 자연과 어우러져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문명이 쓸어버리는 과정이 담겨있었다. 한국의 4대강 사업으로죽어가는 강을 보면서 시인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어찌 인류의 삶이 자연을 외면하고 제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타까운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