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김사인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니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이 시는 김사인 시인이 19년 동안에 낸 두 번 째 시집인 ‘가만히 좋아하는’에 실려있다. ‘노동해방문학’이란 80년대 이름만 들어도 불온한 문학지의 발행인을 맡았다가 쫓겨다니기도 했던 시인의 전력에 비추어보면, 소외된 세상의 한 귀퉁이에 그의 마음이 머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이 시에서 시인은 우리들의 가여운 몸을 마음에 안고 간다. 함부로 시를 내놓지 않는 시인의 깊이 속에서 독자는 마음이 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