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꽃 한줌 바람 한줌 어머니 한줌
다시, 꽃 한줌 바람 한줌 어머니 한줌
강물에 어머니를 풀었다
만질 것도 없는 노모가 어여쁘시다 오늘은
태산을 넘고 협곡을 넘고
어머니의 찬송가는 왜 그리 슬펐을까
이상하다
강물에 두고 온 어머니가 따라와
밤새 대문을 흔들었다
어머니의 나라와 나의 도시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듯 덜커덩 닫혀버렸다
아이를 낳아본 여자들은 안다
어머니들은 어디에다가 그리움을 묻어두는가
몰라서 묻는다, 강이여
오랜 세월 안에 나를 가지고 있던 어머니를 버릴 수가 없다
그리움 없이 살아갈 날들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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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고 나면 이승에 대한 기억을 다 잊는다는 레떼의 강에 어머니를 묻고 와서 시인은 오히려 그리움 없이 사는 것이 무섭다고 한다. 아직 어머니는 그 강을 건너지 않고 계신가 보다. 차마 떠나지 못하고 밤새 대문을 흔들고 계신가 보다. 김영주 시인은 198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제13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으로는 ‘사랑이 무어라 알기도 전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