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관

나의 영화관

장경린

시간을 뛰어넘는 영화도 보았고

性을 뛰어넘는 영화도 보았다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영화도 보았다 그러나

악이 선을 뛰어넘는 보지 못했으니

영화는 일종의 오락에 불과한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가 그런 일류도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 거라는 생각에

뒷골목 삼류 극장들을 찾아 순례하던 시절

기차표를 끊어 놓고 시간 죽이러 들어간

청랼리 동시상영극장

기형도 시인이 쓰러졌던 파고다 극장보다

협소하고 퀴퀴했다 코앞에 펼쳐진

스크린 가득 시간의 벽을 뜷고 나와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공룡들

발바닥에 뭉클 밟히는

쥬라기의 팝콘들

가상이 아주 현실적으로 현실을 뛰어넘고 있었다

그때 허벅지를 슬그머니 넘어오는

옆자리 중년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

여자가 남자를 뛰어넘는 영화도 보았고

영화가 문학을 뛰어넘는 것도 보았다

그러나 남자가 남자를 뛰어넘지 못하고

위로 무너져 내리는

가만히 두고 없었다 하지만

그게 영화의 장면이었다면 아마….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무겁게 느껴질

어둠 속에서 나를 영화에 던져 놓고

감상하며 군더더기를 덜어낸다

삶이 편의 영화로 보일 때까지

스크린처럼

적막해 보일 때까지

            

             시에서는 절망의 냄새가 난다. 현실이 버거워서 어둠속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건지 삶을 죽이는 건지, 영화와 현재 속에 자신을 뒤섞으나 끝내는 그것이 적막함이라고 시인은 간파한다.  절망이 해탈이 있을까오랜 방황이 자신을 무너뜨리고 진정한 나의 무게를 찾을 있게 될까아픈 시절이 있어 홀로 영화관을 찾아들었던 사람이라면 혹시 시의 쓸쓸함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