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좋다

 

나는 내가 좋다

문태준

나의 안구에는 볍씨 자국이 여럿 있다

 

예닐곱살 때에 상처가 생겼다

 

어머니는 중년이 된 나를 아직도 딱하게 건너다보지만

 

나는 내가 좋다

 

볍씨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나의 눈이 좋다

 

물을 실어 만든 촉촉한 못자리처럼

 

눈물이 괼 줄을 아는 나의 눈이 좋다

 

슬픔을 싹 틔울 줄 아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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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이 얼마 전에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란 새 시집을 냈다.그 중에서 ‘나는 내가 좋다’ 라는 시가 들어왔다. 나의 상처, 나의 부족함, 나의 결핍… 이런 모든 것을 끌어안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시다. 그의 시는 이것이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자의 마음 한 끝을 잡아서 자꾸만 깊이 깊이 끌고 내려간다. 주변을 가만히 살피고 나를 가만히 살피게 한다. 그 표현은 늘 있는 장소에서 항상 비껴나 있다. 그래서 반복해서 읽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