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서은보
감히 높은 곳을 엿보았다고
9월의 햇빛 아래 교수형 당한 꽃무더기를 보았다.
안에서는 웃음소리
여러가지 언어로 잔 부딪히는 소리
단내 나는 포도주가 엎질러졌을 때
짧은 탄식이 끈적였을 때
꽃덩굴은 스스로의 향기마저
참을 수 없었나보다.
여름은 짧았고
발코니로 기어오르는 길
제 덩굴에 감겨 꽃이 그만 목이 메어
무표정한 광택 아래
툭툭 떨어지기도 했다.
보랏빛 도는 참담한 색이었다.
유시민은 1985년에 쓴 유명한 ‘항소이유서’마지막 줄에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썼다. 시 한편 가지고 웬 정치적 투쟁? 이냐고 할 지 모르겠으나 이 시가 취약한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처참하게 짖밟히다 자살한 한 연예인의 소식을 듣고 마음아파하면서 쓴 시라면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인간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라고 베껴쓰고 싶지 않을까. 죽은 장자연에게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전하고싶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