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레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969년에 작고한 신동엽 시인의 전집이 70년대에 와서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그의 작품은 금기시 되어왔었다. 그 까닭은 공공연하게도 그가 남북분단의 고통을 꿰뜷어보는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목청껏 외쳤기 때문이다. 4.19를 거친 한국인들에게 4월은 어느 영국 시인이 맞장구 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잔인한 달이다. 그 기억을 애써 덮으려는 듯 꽃망울이 마구 터질지라도 그렇다. 쇠붙이에 오래도록 유린되던 그 땅의 민중과 그들의 뜨거운 염원을 기억하며 이 시를 읽는다. 4월 아닌가.
 글 변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