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 동학혁명을 주제로 한 시 ‘금강’을 써서 수많은 독자들의 기억에 생생한 신동엽 시인이 작고한 지도 벌써 40여년이 넘었다. 그 동안 한국은 얼마나 반듯한 나라가 되어있을까… 4.19와 5.16을 지나 5월 광주와 6월 항쟁… 피투성이가 되었던 역사의 기억 안에 뜨거운 가슴으로 시를 쓰던 시인을 떠올린다. 4월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