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 사랑
김준태
금남로는 사랑이었다
내가 노래와 평화에 눈을 뜬 봄날의 언덕이었다
사람들이 세월에 머리를 적시는 거리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처음으로 알아낸 거리
금남로는 연초록 강 언덕이었다
달맞이꽃을 흔들며 날으는 물새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입술이 젖어 있었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발바닥에 흙이 묻어 있었다
금남로의 사람들은 모두 보리피리를 불고 있었다
어린애와 나란히 출렁이는 금남로
어머니와 나란히 출렁이는 금남로
누이와 나란히 감꽃을 줍는 금남로
금남로는 민들레와 나비떼들의 고항이었다
그리움의 억세디 억센 끈질김이었다 그래, 좋다!
금남로는 멀리 청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 좋다!
금남로는 가까이 마을로 찾아가는 길 금남로는
어머니의 젖가슴이었다
우리가 한때 고개를 파묻고 울던 어머니의 하이얀 가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