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시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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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고난을 고발하는 시를 쓰다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에게 고문을 당하던 시인이, 어릴적에는 새끼노루처럼 할머니의 품에서 잠들던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이웃의 아픔을 걱정하는 할머니가 있어 박노해 시인도 그렇게 세상을 품에 안고 시를 쓰나 봅니다. 2018년 성탄 메시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인용했다는 시를 함께 나눕니다. 박노해 시를 인용하는 대통령…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