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 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살면서 웬만한 일은 다 겪어서 이제는 바다가에 닿은 배처럼, 마을 어귀에 그늘을 드리운 느티나무처럼 연륜이 배어나는 아름다움으로 상처도 꽃이 되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시인이 말해준다.

김종해 시인은 ‘자유문학’,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세상에 나왔고, 시집으로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