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 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 만 남았으면 좋겠다. 이곳의 겨울은 끈질기고 봄은 굼떠서 기다리다 지치게한다. 매일 화창한 날만 있으라는 건 아니다. 사는 것이 그렇듯 가끔은 좋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김종해 시인은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신의 열쇠’, ‘바람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