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와 어머니 – 이현숙

 

국수와 어머니

 

이현숙

 

한 달에 두어 번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식품점을 간다

마른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물건을 고르신다

허기져 보이는 어머니의 하얀 등이 안쓰러워

들어선 국숫집

긴 국숫발만큼이나 먼 길을 달려온 어머니와

마주 앉는다

국숫발만큼 긴 것이 목숨이라며

국수그릇을 앞에 놓고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하는 어머니

면발같이 굵어진 주름 가득한 입으로

뜨거운 국수를 드신다

맥없이 젓가락에 걸리는 국수, 한 그릇 비우기도 어려우신지

자꾸 내게 국수를 던다

자꾸 내게 당신의 몫을 건넨다

어머니의 생이 담겨 와 나의 그릇은 비워지지 않고

내 몫보다 늘어나는 국수그릇

하얀 국숫발만큼이나 긴 나의 그림자

가꾸 국수그릇에 와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