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가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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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울음을 달래면서 시인은 스스로의 울음을 달래는 법을 배웠나 보다. 정신과 의사들이 어릴 때의 고통으로 힘든 환자들에게 이제는 어른이 된 내가 어린 나를 안아주라고 조언 하듯이, 우리 모두 아플 때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괜찮아… 하면서 가만히 안아주자.  그것이 비록 바로 앞에서 잡히지 않는 그림자라 하더라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한강 시인은 소설가 한승원의 딸이다.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로 등단했고, 1994년 서울 신문 신춘문예에 소설 ‘붉은 닻’으로 등단해서 소설가의 길도 걷고 있다.  그의 작품의 기저에는 광주 민주화운동이 던져준 인간에 대한 문제가 깔려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