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 되돌아보는 저녁

 

되돌아보는 저녁

공광규

 

자동차에서 내려 걷는 시골길

그동안 너무 빨리 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디서 읽었던가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가다가

잠시 쉰다고

영혼이 뒤따라오지 못할까봐

발들을 스치는 메뚜기와 개구리들

흔들리는 풀잎과 여린 꽃들

햇볕에 그을린 시골동창생의 사투리

푸짐한 당숙모의 시골밥상

어머니가 나물 뜯던 언덕에

누이가 좋아하던 나리꽃 군락

-너무 빨리오느라 극락을 지나쳤을지도 모른다는 염려 덕분에 이렇게 넉넉한 시가 나왔구나. 어릴적 방학때 가서 온천지를 휘젖고 다니던 시골풍경이 그리워지는 한가위고 멀리서 그리운 가을모습이다. 공광규 시인은 ‘동서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