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꿈
송찬호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기를 한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이 새 펄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얹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쏜살같이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해협을 다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오랜 꿈이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오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화분 하나를 키우면서 화분이 물을 뿜는다고 한다. 고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자신이 바로 어린 고래가 되어 돌아오는 꿈을 꾼다. 고래는 잃어버려서 안타까운 자신이며끝내 다시 찾아야할 순수함이다. 무엇을 주고라도 바꾸고 싶은 꿈이다. 송찬호 시인은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