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울음소리를 듣다

 

김경주

깊은 곳에서 자란 살들은 차다

고등어를 굽다 보면 제일 먼저 고등어의 입이 벌어진다 아…… 하고 벌어진다 주룩주룩 입에서 검은 허구들이 흘러나온다 찬 총알 하나가 불 속에서 울고 있듯이 몸 안의 해저를 천천히 쏟아낸다 등뼈가 불을 부풀리다가 녹아 내린다

토막을 썰어놓고 둘러앉아 보라색들이 밥을 먹는다

뼈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운 후 입 안의 비린내를 품고 잠든다

이불 밖으로 머리를 내놓고 보라색 입을 쩝쩝거린다

어머니 지느러미로 바닥을 치며 등뼈를 세우고 있다 침좀 그만 흘리세요 어머니 얘야 널 생각하면 눈을 제대로 못 감겠구나 옆구리가 벌어지면서 보라색 욕창이 흘러나온다 어머니 더 이상 혀가 가라앉았다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몸에 물을 뿌려주며 혀가 가슴으로 헤엄쳐가는 언어 하나를 찾았다 생이 꼬리를 보여줄 때 나는 몸을 잘랐다

심해 속에 가라앉아 어머니 조용히 보라색 공기를 뱉고 있다 고등어가 울고 있다

 

이 시를 읽고 나니, 더 이상 살아있는 것들을 먹고 싶은 마음이 가셔버린다. 시인은 어쩌자고 고등어를 앞에 두고 아픈 어머니를 떠올리는지…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천지가 모든 생명과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만든다.

김경주 시인은 2003 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서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 문학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