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세영
산자락 덮고 잔들
산이겠느냐.
산그늘 지고 산들
산이겠느냐.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아침마다 우짖던 산까치도 이제는
간데없고
저녁마다 문살 긁던 다람쥐도 지금은
온데없다.
길 끝나 산에 들어섰기로
그들은 또 어디 갔단 말이냐.
어제는 온종일 진눈깨비 뿌리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내리는 폭설.
빈 하늘 빈 가지엔
홍시 하나 떨 뿐인데
어제는 온종일 난을 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물소릴 들었다.
산이 산인들 또
어쩌겠느냐.
한 없이 적막하고 쓸쓸한 겨울이 내려앉는다. 시인은 그 사이에 난을 치고, 물소리도 듣는다. 아마 차를 끓이는가보다. 겨우내 자신을 비우고 있는 시인의 산방이 부러운데 빈하늘, 빈 가지에 한 점 홍시도 없는 몬트리올의 겨울에는 청설모 두어마리가 부산할 뿐이다.
오세영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세상에 나왔고,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