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
강미영
산아, 너는 외로울 줄을 모르는가
그 봄엔 철쭉이며 오디 앵두 지천이더니 이 겨울엔
눈꽃이 눈꽃이 피었다
오래 쓸쓸하여 차라리 쓸쓸함을 잊어버린 너의 겨울 자리
더러 남아 네 깊은 눈매를 적셔주는 산새 울음
살얼음 밑으로도 다정히 널 불러주는 골짜기의 물소리를
오늘은 나와 함께 듣자
내 시린 피가 만나 뜨거워져 함께 흐르는 저 골짜기의
골짜기의 물 내리는 소리를
산아, 너는 추울 줄을 모르는가
그 봄엔 진홍이며 초록 웃음이더니 이 겨울엔
순설의 순설의 미소로 서있다
오래 추워 차라리 추위를 잊어버린 너의 겨울 자리
간혹 찾아와 네 시린 이마를 덥혀주는 아침 햇살
구름장 걷고 나와 님인 양 널 보듬어주는 흰 눈의 숨소리를
오늘은 나와 함께 듣자, 무구한 눈 길을 걸어 네게로 가면
쓸쓸하고 추운 내 먼지 묻은 발자국도 덮어줄 저 골짜기의
골짜기의 눈 내리는 소리를
반복되는 단어가 차라리 노래처럼 감겨서 겨울의 쓸쓸함이 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지는 시다.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겨울 풍경을 떠올려보면 겨울도 지내기 꽤 괜찬은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강미영 시인은 한국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