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게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 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삼십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 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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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인이 말했었다 시는 온 몸으로 밀어부쳐야 시라고. 황지우시인의 이 시를 읽으면 이 평범한 시어들로 만들어져서 그렇고 그런 시가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으로 독자 앞에 던져진다. 한 세상 온 힘으로 사는 것처럼, 나무도 그 모습을 닮았다, 아니 우리가 나무를 닮은 건 아닐까… 황지우 시인은 1980 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해체시로 한국문단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