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게

마경덕

내가 앉았던 자리가 그대의

지친 등이었음을 이제 고백하리

그대는 한 마리 우직한 소. 나는

무거운 짐이었을 뿐

그대가 가진 네 개의 위장을 알지 못하고

그대를 잘 안다고 했네

되새김 없이 저절로 움이 트고 꽃 지는 줄 알았네

내뿜는 더운 김이 한 폭의

아름다운 설경인 줄 알았네

그저 책갈피에 끼워 둔 한 장의

묵은 추억으로 여겼네

늦은 볕에 앉아 천천히

길마에 해진 목덜미를 들여다보니

내 많은 날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알겠네

거친 숨 한 발 한 발 내딛는

그대를 바라보면 기도하는 성자를 떠올리네

퀭한 눈 속의 맑은 눈빛을 생각하네

별이 식어 그대의 병이 깊네

 

내가 먹고, 입고, 소비하는 것들이 자연의 생명과 닿아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병든 소를 곁에서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성찰이 무겁게 다가온다. 혹여 우리들 곁에도 저 소같은사람이 있어 나의 무게 때문에 주저앉은 것은 아닌지… 살펴 볼 일이다. 힘들어 내뿜는 입김이 설경인 줄 아는 철없는 인품이 제발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