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

정봉희

이순을 앞둔 K 선배가 저녁 먹자고

아침부터 카톡카톡 한다

말이 아랫목에 묻어둔 밥 한덩어리처럼

따숩고 정겨워 눈시울 붉어지는데

외로워라,

집을 두고 도시로 건너온 내가

갈대밭 둔덕에 자주 나가는 걸 어찌 알았을까

우산 밖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물줄기 같은

여자의 안쪽을 언제 훔쳐 봤을까

싹뚝,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코 베어가는 세상인데

가뭄에 눈바닥 갈라지듯 메마른 인심인데

닫힌 문을 두 손으로 밀고 들어와

뜨끈뜨끈한 피 같은 밥을 먹이고 싶다는 그녀

저녁 먹자는 말

출근 버스에 기대 앉아 차창 너머

전기줄 같은 너에게

나는 그만 감전되고 말았다

 

나이들수록 사람 사귀기 힘들어진다고들 한다. 혹시 내가 먼저 남에게 다가가는 걸, 손 내미는 걸 마다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여 부딛혀서 상처 받을까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는 건 아닌지… 먼저 밥 한끼 나누자고 이웃에게 나를 열어두고 싶어지는 시 한편 올려본다. 정봉희 시인은, 캐나다 한인문협 회원이고, 미주 한국일보, 미주 중안 신인상, 문학과 의식 신인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