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아픈 민중의 삶을 주로 노래했던 70년대의 신경림 시인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이 시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시에는 외연과 내포가 있고 그것의 차이점을 찍어서 맞추곤 했던 세대에게 모든 내포는 온전히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한번 질러보자. 젊었을 시절의 시인을 만들었던 슬픔에 기대어 내 속에 고여있는 울음으로 만들 수 있는 노래는 무엇이 있을까 귀 기울여 보고 싶어진다. 가을아닌가.